한국인의 밥상 - 664회 영주의 오래된 풍경, 맛의 유산을 품다 경북 영주시 안정면 피끝마을 메밀묵 태평초 메밀묵밥
오랜 세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꼿꼿하게 절개를 지키던 선비처럼 옛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곳이 바로 경북 영주인데요.
물 좋고 공지 좋은 영주는 오랫동안 재래콩인 부석태의 명맥을 이어왔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메밀을 이용한 음식이 발전했습니다.
오래된 풍경만큼 세월의 깊이가 남아있는 영주의 음식들, 귀한 맛이 유산이 되어 전해오는 영주의 식문화 속에서 오래될수록 더 깊어지고 새로워지는 의미를 발견해 보겠습니다.
영주에는 오래된 메밀묵집들이 많은데 영주동에 자리잡은 한 메밀묵 노포도 55년째 메밀을 직접 갈아 묵을 쑤도 있는데요.
아들과 딸까지 2대재 옛 방식 그대로 메밀묵을 쑤고 있는 이 노포의 음식은 메밀묵밥인데요.
메밀묵을 썰어 그릇에 담고 김치, 오이 등 고명을 얹어 육수를 부어 만드는 메밀묵밥과 심심하면서도 깊은 맛을 품은 메밀묵에는 영주의 아픈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조선 세조 때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실패로 돌아간 정축지변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그 피가 죽계천을 따라 흐르다 멈춘 곳이라 해서 이름이 붙은 곳이 안정면 동촌 1리 피끝마을입니다.
정축 지면 당시 난리를 피해 산으로 숨어들었던 사람들이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게 메밀이었고 살기 위해 만들어 먹던 음식이 메밀묵이었는데요.
영주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메밀 음식도 있는데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아 끓인 찌개에 메밀묵을 넣어 만드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고난의 시기를 견디던 백성들이 태평상대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붙인 이름이 태평초라고 하는데요.
버릴 것 없는 메밀은 어린 순은 나물로 해 먹고 열매로는 묵을 쑤어 먹고, 껍질은 베개에 넣어 사용하기 좋았다고 하는데요.
메밀묵을 쑤는 날이면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가 맛있는 간식이 되어주고 쑤어놓은 메밀묵의 겉이 마르면 묵의 껍질 부위만 잘라내 무쳐 먹기도 했는데요.
여전히 정축지변 당시 지어진 성황당을 지키며 마을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며 사는 피끝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평안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메밀밥상을 차려내는데요.
◈ 피끝녹색농촌체험마을 - 경북 영주시 안정면 안정로 490-32 (054-633-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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