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 651회 섬진강 덕분에 살짝 설렜네 경남 하동군 고전면 파래김치 방앗잎 재첩국 머위구절판 쑥계탕

예로부터 바다와 강이 만나는 섬진강 하구는 영남과 호남을 오가는 내륙의 수로로 이용되었고 택지리에도 생선과 소금을 얻을 수 있어 가장 살만한 곳이라 언급될 만큼 먹을 것이 풍부하며 강과 바다를 품은 식문화가 발달했는데요.

벚꽃이 필 때 가장 맛있다는 벚굴은 밥상 위에서 또 다른 꽃 잔치를 벌이고 머위꽃과 진달래꽃은 봄의 진미로 변신하여 눈과 입을 호강시킨다고 하는데요.

한국인의 밥상이 다시 보고 싶어 10년 만에 찾아간 하동의 매계마을 그리고 흔적만 남은 하동포구의 한 마을에서 오랜 인연을 설렘 가득한 이야기로 가꿔가는 이들을 만나보겠습니다.

하동의 한 재래시장을 찾았는데 옛 하동푸구의 명성을 이어가듯 온갓 수산물이 저마다 싱싱함을 뽐내고 있는데요.

모녀처럼 다정한 박명입씨와 이영미 씨도 싱싱한 파래를 사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요.

4년 전 누구보다 성실했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지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돌아온 고향마을 내일을 그리기 힘들었던 영미 씨를 명입씨를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이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품어주었다고 하는데요.

겨울 김장 김치가 떨어져 갈 때쯤이면 간절기 김치로 담갔다는 파래김치도 영미씨를 위한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하동의 전통음식을 할머니들께 배우지만 사실 영미씨는 할머니들의 한글학교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자식의 이름을 처음 써보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이순이 할머니, 약봉지에 적힌 복용법을 읽으며 스스로 건강을 챙기게 되어 행복하다는 박명입할머니는 영미 씨가 어르신들께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드린 선물은 글을 처음 알게 된 설렘이었습니다.

섬진강의 선물은 파래가 끝이 아닌데 섬진강에서 난다는 재첩은 특별한 날이면 빠지지 않고 상에 올랐다고 하는데요.

문영자씨가 직접 손질한 재첩은 별다른 육수 없이도 그저 푹 끓여내면 근사한 재첩국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방앗잎까지 따서 넣으면 비린 맛을 짝 잡아주어 밥을 다 먹은 뒤 숭늉처럼 마시기에 제격이라고 하는데요.

할머니들의 요리에 보답하듯 영미 씨도 귀한 음식을 대접하고자 소매를 걷어붙였는데요.

아들 성민씨와 함께 표고버섯도 따고 땅에서 손수 기른 도라지도 캐냈습니다.

자연의 맛을 그대로 살려 들기름에 볶아낸 재료는 차곡차곡 구절판 위에 담아 머위쌈을 함께 올려줍니다.

진달래와 어린 쑥을 올려 향긋한 향을 더한 쑥계탕은 해마다 할머니들께 보양식으로 꼭 드리는 메뉴라고 하는데요.

힘들었던 시간에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고마운 할머니들께 하나라도 더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영미 씨인데요.

모든 생명을 더 없이 따스하게 품어주는 섬진강처럼 그 넉넉한 마음을 닮은 이야기들을 들어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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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청정 하동군 신월리에서 채취한 농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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